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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지급, 결제, 청산의 차이로 알아보는 중앙은행의 역할

진강이 2025. 5. 13. 19:39

우리는 가게나 식당에서 흔히 "카드로 결제할게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카드로 지급할게요"라고 하는 것이 맞다.

 

지급과 결제는 엄밀히 따지면 같은 뜻이 아니다.


지급결제는 일반적으로 지급 → 청산 → 결제의 세 단계를 거친다.

 

지급, 청산, 결제는 무엇이 다를까?

 

지급(Payment)

지급은(Payment) 

거래 상대방에게 대금을 주는 행위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물건을 구입하면 가게 주인에게 물건값에 해당하는 일종의 채무(빚)이 생긴다.

이 빚은 현금, 신용카드, 계좌이체 등을 통해 물건값을 지급하여 갚을 수 있다.

 

그런데 현금이 아니라 계좌이체나 신용카드로 지급할 경우,
구매자와 가게 주인 간의 채권·채무는 소멸하지만,
은행, 신용카드사 등 금융기관 간에 새로운 청구권이 발생한다.

즉, 채권·채무 관계가 '가게 주인 → 금융기관'으로 이전된다.

청산(Clearing)

청산은 이렇게 금융기관 간에 발생한 청구권을
확정하고, 필요할 경우 여러 건을 정리하거나 상계(netting)하는 절차를 말한다.

(상계란, 서로 주고받을 돈을 합쳐서 차액만 주고받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10개의 은행이 있다고 가정하자.
한 은행이 나머지 9개 은행에 줄 돈이 10억 원, 받을 돈이 5억 원이라면,
이 은행은 실제로 주고 받을 금액의 차액인 5억 원(10억 - 5억)만 지급하면 된다.

이렇게, 여러 거래를 한데 모아 정리하고 차액만 계산하는 과정이 청산이다.

 

결제(Settlement)

결제는 청산 과정을 거쳐 확정된 금액을 실제로 주고받아
모든 채권·채무를 최종적으로 소멸시키는 것을 뜻한다.

금융기관들은 한국은행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
청산된 금액만큼 자금을 이체함으로써 결제를 완료한다.

 

현금 거래는 다르다

현금은 조금 특별하다.

현금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법화이기 때문에,

지급과 결제가 동시에, 즉시 이루어진다.

즉, 구매자가 현금을 가게 주인에게 주는 순간
더 이상의 중간 단계(청산, 결제) 없이 채권·채무 관계가 깨끗이 끝난다.

 

 

지급, 결제, 청산의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예시를 살펴보자

낯선 여행객 이야기

어느 날 낯선 여행객이 한 마을에 들러 모텔에 하룻밤 묵으려고 한다.
그는 모텔 주인에게 하룻밤 묵을 비용 5만 원을 지급하고 2층 방으로 올라간다.

모텔 주인은 그 돈으로 옆집 정육점 주인에게 며칠 전 외상으로 산 고기값을 갚는다.
정육점 주인은 또 길 건너 양돈업자에게 외상값 5만 원을 갚는다.
양돈업자는 사료가게 주인에게 밀린 외상대금을 갚고,
사료가게 주인은 친구인 모텔 주인에게 빌린 돈 5만 원을 갚는다.

 

그런데 여행객이 방을 다 둘러본 후 모텔 1층으로 내려와서는

방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대면서 5만원을 돌려 받고 마을을 떠났다. 

 

하지만 5만원 지폐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지 않고도

각자의 채무를 해소하게 되었다. 

여기서 낯선 여행객이 가져온 5만원은 무슨 역할을 한 것일까? 

만약 이 여행객이 오기 전 모텔 주인, 정육점 주인, 양돈업자, 사료가게 주인 4명이 직접 모여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줘야 할지 계산하고(=청산),
확정된 금액만 실제로 주고받았다면(=결제)
굳이 여행객의 5만원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청산결제의 개념이다.

 

여기서 주고 받을 금액을 계산하고 확정하는 과정이 청산,

이를 담당하는 기관이 청산기관이며

확정된 금액만큼 자금이체 등을 통해 당사자 간 채권, 채무를 종결하는 과정이 결제 라고 앞서 설명했다. 

 

 

중앙은행의 역할

현대 금융 시스템에서는
중앙은행이 청산과 결제를 담당한다.

은행들은 서로 주고받을 금액을 청산기관을 통해 정리한 뒤,
한국은행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 최종 결제를 완료한다.

 

마을에서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기관을 만든다면

마을 사람들은 현금을 주고 받지 않으면서

많은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어 자연스레 마을의 경제활동이 활발해 질 것이다. 

 

또한 여행객이 5만원을 모텔 주인한테 잠시 주었다가 가져간 것과 같이

마을의 믿을만한 사람이 결제할 돈이 부족한 사람에게 자금을 일시적으로 빌려준다면

마을 주민들은 다른 사람들의 결제 불이행을 걱정하지 않고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일시적으로 결제자금이 부족한 금융기관이 있을 경우 단기 대출을 통해 지원해주는 것과 유사하다. 

 

중앙은행이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제가 원활해야 경제 전체가 제대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요약

  • 지급: 대금을 지급하는 행위 (ex. 카드 긁기, 현금 주기)
  • 청산: 금융기관 간 채권·채무를 정리하고 확정하는 과정
  • 결제: 실제로 자금을 주고받아 모든 채권·채무를 종결하는 것

우리가 "카드로 결제할게요"라고 말하는 순간
사실은 지급, 청산, 결제라는 세심한 과정들이 금융 시스템 안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던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참고자료

한국은행과 지급결제제도

https://www.bok.or.kr/portal/bbs/B0000232/view.do?menuNo=200706&nttId=10089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