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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화폐 전쟁 - CBDC vs 스테이블 코인, 한국은행의 선택은? 본문

경제이슈/CBDC

디지털 화폐 전쟁 - CBDC vs 스테이블 코인, 한국은행의 선택은?

진강이 2025. 5. 19. 12:38

1. 화폐의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때 우리는 지갑에 현금을 챙겨 다녔고, 카드를 꺼내 결제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사이, 현금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우리는 ‘숫자’를 통해 가치를 주고받는 시대를 살고 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같은 간편지급 서비스는 이미 디지털화폐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디지털화폐’라는 개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하루 평균 간편결제 이용 금액은 약 9594억 원, 이용 건수는 3072만 건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 사용은 10년 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이제 ‘화폐’의 본질적 정의조차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2. 디지털화폐 시대의 양대 주자 - 스테이블코인과 CBDC

디지털화폐의 기술적 구현 방식은 다양하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두 주자는 다음과 같다.

  • 스테이블코인 (Stablecoin): 민간이 발행하며,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시킨 암호자산
  •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국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법정화폐

두 방식 모두 디지털 기반의 가치 이전 수단이지만, 발행 주체와 통제 구조, 정책 연계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3. 스테이블코인의 부상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을 피하고 ‘화폐’로서의 기능을 일부 회복한 모델이다.
2023년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5조 6600억 달러(약 8000조 원)**에 달하며, 이는 4년 전보다 10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페이팔(PayPal), 크라켄 등 글로벌 기업은 스테이블코인에 3~5% 이상의 예치이자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런 흐름은 민간 자본의 이탈, 즉 은행 예금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자산을 옮기려는 움직임을 유발하며,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유동성 구조를 위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주요 은행들 역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금융결제원·DID 협회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공동 실험을 시작했다.

4. 중앙은행의 응답 -  CBDC와 ‘프로젝트 한강’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단순한 금융 서비스 변화가 아니다.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행 능력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도전이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응해 CBDC, 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으로 화폐 주권을 방어하고자 한다.
CBDC는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며, 기존의 법정통화 체계와 통화정책과의 정합성을 유지할 수 있다.

🇰🇷 프로젝트 한강

2024년 4월부터 한국은행은 ‘프로젝트 한강’이라는 이름으로 실거래 기반 CBDC 실험을 개시했다.

  • 예금토큰 발행: 참여 은행이 기관용 CBDC를 수령해 자체 예금토큰을 발행
  • 소비자 테스트: 약 10만 명의 일반 사용자가 예금토큰을 편의점·서점 등에서 실제 결제에 활용
  • 2단계: 향후 개인 간 송금, 디지털 바우처(청년 지원·보육 등) 등으로 확장 예정

이는 한국형 CBDC가 결제 인프라뿐 아니라 정책 집행 수단으로도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5. 국제 무대의 주도권 경쟁 - 중국 vs 미국

스테이블코인과 CBDC는 단지 기술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 국제 통화 질서의 재편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 중국: CBDC 기반 기축통화 시도

  • ‘디지털 위안화(e-CNY)’는 2019년부터 실제 도입되어 누적 거래액이 **7조 위안(약 1382조 원)**에 달함
  • 오프라인 사용 가능, 지급 시 유통기한 설정 등 다양한 정책 실험
  • BRICS 정상회의를 통해 ‘CBDC 기반 다자 결제 시스템’ 설립 제안

🇺🇸 미국: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전략

  •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제 활용을 장려하며 달러 패권 수호
  • 2024년 중 스테이블코인 법안 ‘GENIUS Act’ 통과 예정
  • CBDC보다는 민간 혁신 중심의 전략 유지

6. 마무리하며 –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우리는 이미 디지털화폐 시대를 살고 있으며, 화폐의 미래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싸움이 시작됐다.
중앙은행이 국가 통화 주권을 유지하려면 단지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신뢰 가능한 설계, 투명한 운영, 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

  1. CBDC의 공공성 설계 강화
    – 스테이블코인과의 차별점은 ‘공공성’이다. 정책 목적(예: 청년 바우처, 재난지원금)을 담아 사회적 기능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2.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PET) 조기 도입
    – CBDC 설계 초기부터 영지식증명 등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을 내재화하여 감시받지 않는 화폐의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3. 민간 생태계와의 공존 방안 마련
    – 시중은행·핀테크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경쟁이 아닌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연계를 구축해야 한다.

📚 참고자료

  • 테크월드뉴스 (2024), “[디지털화폐 전쟁] 스테이블코인 vs CBDC”
  • 한국은행, 『2024 지급결제 보고서』
  • 한국은행, 『CBDC 파일럿 프로그램 프로젝트 한강 관련 발표자료』
  • BIS (2020), “CBDCs: foundational principles and core features”
  • IMF (2023), “The Rise of Digital Money”